원·달러 환율 1,345원까지 하락…5대 은행 달러예금 역대 최대
원·달러 환율이 약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 가운데, 한국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화 가치가 빠르게 회복되자 기업은 무역대금 관리에 나섰고, 개인은 환전과 미국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9월 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769억8,300만 달러였다. 5개 은행의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가운데 기업예금은 역대 최대인 633억200만 달러, 개인예금은 2022년 2월 이후 가장 많은 136억8,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월 4일 오후 3시 30분 주간거래를 1,350.4원에 마친 뒤, 오후 10시 30분께 1,345.0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2024년 10월 8일 장중 기록한 1,344.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 1일 고점인 1,599.2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54.2원 하락했다. 환율 하락은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뜻이다.
달러예금 증가에는 기업의 수출입 자금 관리가 크게 작용했다. 은행권에서는 수출기업이 달러로 받은 대금을 원화로 바꾸는 시점을 늦추면서 예금이 쌓였고, 수입기업은 향후 결제에 필요한 달러를 나눠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경우 낮아진 환율을 활용하려는 환전 수요와 미국 주식 투자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함께 늘었다.
보스턴 지역 유학생과 한인 가정은 송금 방향에 따라 환율 하락의 영향을 다르게 받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학비나 생활비를 보내는 경우 같은 금액의 달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원화가 줄어든다. 1만 달러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환율이 1,599.2원일 때 약 1,599만 원이 필요하지만, 1,345원에서는 약 1,345만 원이 든다. 차이는 약 254만 원이다. 다만 실제 부담액은 은행별 환전 스프레드와 송금 수수료에 따라 달라진다.
반대로 미국에서 번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해 원화로 바꾸는 경우에는 같은 달러로 받을 수 있는 원화가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학비나 생활비처럼 사용 시점이 정해진 자금은 환율의 한 방향을 전제로 결정하기보다 실제 적용 환율과 수수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번 달러예금 수치는 한국 전체 은행권이 아닌 5대 시중은행의 자체 집계다. 앞으로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 기업이 보유한 달러가 실제 원화 환전으로 전환될지가 외환시장과 달러예금 흐름을 가늠할 주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