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Etched, 3억 달러 조달…AI 반도체 경쟁 ‘추론 시스템’으로 확대
AI 반도체 스타트업 Etched가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10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버드대 중퇴생들이 창업한 이 회사는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하는 ‘추론’ 전용 시스템을 앞세워 엔비디아 중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보스턴권 인재에게는 AI 인프라의 채용 수요가 반도체 설계에서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운영, 고객 배치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Etched는 7월 23일 세쿼이아캐피털이 주도하고 앤드리슨호로위츠, SK하이닉스, 제인스트리트, 디퓨전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를 공개했다. 회사 측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억 달러를 조달할 당시 5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는 약 7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다만 회사의 누적 조달액은 공개 자료마다 집계 방식과 포함 범위가 달라 11억 달러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번 3억 달러와 지난해 12월의 5억 달러, 2024년 공개된 1억2천만 달러 규모 라운드 등 개별 투자 내역은 확인되지만, 일부 데이터베이스가 제시하는 총액과 회사가 과거 발표에서 사용한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누적액보다는 이번 라운드의 규모와 자금 사용 계획을 중심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회사는 400명 이상의 인력을 두고 있으며 새 자금으로 생산과 고객사 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새너제이 인근 밀피타스에 8만 제곱피트 규모의 시설도 열었다. 자체 칩은 대만 TSMC의 N4P 공정에서 생산됐고, 현재 고객사들이 랙 단위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 고객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를 넘지만, 계약 금액은 이미 출하돼 회계상 인식된 매출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Etched가 겨냥하는 추론은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한 뒤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모델을 처음 만드는 훈련과 달리 서비스가 이용될 때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이용량이 증가할수록 속도와 전력 소비, 서버당 처리량이 운영비를 좌우한다. AI 기업들이 추론용 반도체와 완성형 시스템에 관심을 높이는 이유다.
회사는 입력 내용을 처리하는 ‘프리필’ 단계와 답변을 순차적으로 생성하는 ‘디코드’ 단계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 맞춰 부품을 설계했다. 여러 칩이 메모리 자원을 낮은 지연시간으로 공유하도록 만든 연결 기술도 핵심으로 내세운다. 다만 회사가 제시한 성능과 비용 절감 효과는 실제 고객 환경에서의 장기 운용 결과, 지원 가능한 모델의 범위, 소프트웨어 호환성, 생산 수율 등을 통해 더 확인돼야 한다.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개별 칩의 연산 성능을 넘어 완성형 시스템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 고객은 칩만 따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 랙과 네트워크, 냉각, 전력 관리, 운영 소프트웨어를 함께 검토한다. 엔비디아가 하드웨어와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결합해 구축한 우위에 맞서려면 신생 업체도 모델 변환 도구와 컴파일러, 장애 대응, 고객 기술지원까지 제공해야 한다.
보스턴과의 직접적인 연결점은 창업 인재다. Etched는 2022년 하버드대 출신 창업자들이 시작했지만 본사와 주요 생산·시험 거점은 캘리포니아에 있다. 이번 조달이 곧바로 매사추세츠 지역의 채용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하버드와 MIT를 비롯한 지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기전자, 응용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AI 인프라 창업이 모델 연구를 넘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스템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취업 준비생과 이직자는 ‘AI 엔지니어’라는 넓은 직함보다 실제로 수요가 생기는 역할을 세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설계·검증, 컴파일러와 커널 최적화, 분산 시스템, 펌웨어, 네트워크, 열·전력 관리, 공급망 운영, 고객 현장 배치 등이 대표적이다. 모델을 직접 개발한 경험이 없더라도 대규모 시스템의 성능 병목을 측정하거나 인프라 비용을 낮춘 경험은 AI 하드웨어 기업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유학생이나 취업비자가 필요한 지원자는 기술 요건뿐 아니라 근무지, 비자 스폰서십 여부, 수출통제 대상 기술과 관련된 직무 조건을 공고별로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반도체 기업은 담당 프로젝트에 따라 채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회사의 일반적인 안내만으로 개인의 취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학교 국제학생 담당 부서나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안내를 함께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창업자와 업계 관계자에게는 기업가치보다 양산과 배치가 다음 관문이다. 고객 계약이 실제 출하와 반복 매출로 전환되는지, TSMC 생산 물량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지, 다양한 AI 모델을 큰 소프트웨어 수정 없이 구동할 수 있는지가 향후 평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Etched의 사례는 AI와 함께 늘어나는 역할이 모델 개발자에 한정되지 않으며, 전력·메모리·네트워크·운영을 하나의 제품으로 묶는 인력과 조직에도 자금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