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10만 달러 수수료, 항소심으로 넘어간 보스턴 취업시장의 비용 리스크
미국 정부의 H-1B 10만 달러 수수료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보스턴이 있는 제1연방항소법원 단계로 넘어갔다.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은 이 수수료가 의회의 위임 없는 사실상 세금에 가깝다고 판단했지만, 국토안보부는 항소심에서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중요한 쟁점은 수수료가 최종적으로 살아남을지뿐 아니라, 기업들이 외국인 전문 인력을 뽑을 때 비용과 법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계산하게 되느냐다.
문제가 된 조치는 2025년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로 도입된 H-1B 신규 청원 관련 10만 달러 부담금이다. H-1B는 미국 기업이 전문직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 취업비자로, 일반 쿼터 6만5천 명과 미국 석사 이상 학위자 대상 2만 명 쿼터가 별도로 있다. 기술 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하지만, 대학, 병원, 연구기관, 교육기관도 이 제도와 연결돼 있다.
6월 8일 보스턴의 레오 소로킨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0개 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이 수수료가 행정부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특정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권한을 갖더라도, 기업에 10만 달러의 금전 부담을 새로 부과하는 것은 별도 문제라는 취지다. 반면 국토안보부는 이 조치가 세금이 아니라 이민 제한 권한에 따른 합법적 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 상태도 함께 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소로킨 판사는 6월 12일, 제1연방항소법원이 정부의 항소 중 집행정지 신청을 판단할 때까지 자신의 결정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하급심의 위법 판단이 곧바로 최종 결론이 됐다는 뜻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항소법원이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계속 멈춰 둘지, 그리고 본안 항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수수료 집행 가능성을 좌우한다.
보스턴 독자에게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권은 소프트웨어 기업만의 시장이 아니라 대학, 병원, 바이오테크, AI 연구, 로보틱스, 클라우드 기반 헬스케어 기업이 촘촘히 연결된 인력 시장이다. 켄달스퀘어와 롱우드 메디컬 에어리어의 연구직, 데이터 사이언스, 임상 데이터 관리, 바이오인포매틱스, 의료 AI, 보안·규제 소프트웨어 직무는 국제 인재 의존도가 낮지 않다.
대학과 일부 비영리 연구기관은 일반 H-1B 쿼터와 다른 예외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책 불확실성을 완전히 비껴가는 것은 아니다. 채용팀과 법무팀은 신규 청원, 전환, 연장, 해외 체류 중 입국 문제를 케이스별로 더 보수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수수료가 최종적으로 유지되지 않더라도, 기업 내부에는 이미 스폰서십 비용과 정책 변동 가능성을 더 엄격히 따지는 분위기가 남을 수 있다.
유학생에게는 첫 직장 선택의 기준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 스폰서십은 회사가 외국인 직원의 취업비자 청원 절차와 비용을 부담해 고용을 이어가는 구조다. 과거에는 채용 공고에 visa sponsorship 문구가 있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회사가 실제로 신규 H-1B, OPT 이후 전환, H-1B 이전, 해외 체류자의 비자 처리 등을 어떻게 다루는지까지 확인할 필요가 커졌다.
OPT나 STEM OPT는 미국 취업 경력을 쌓는 중요한 통로지만, 장기 체류나 H-1B 선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졸업 예정자는 오퍼를 볼 때 연봉만이 아니라 회사의 이민 지원 정책, 이전 승인 사례, 변호사 지원 체계, 포지션의 사업상 중요도를 함께 봐야 한다. 개인별 비자 판단은 학교 국제학생 담당 부서, 회사 이민팀, 이민 변호사와 따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직자와 이직 준비자에게는 직무 가치의 설명 방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업이 추가 비용과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면, 단순히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나 툴을 다룬다는 설명보다 사업에 직접 연결되는 역량을 더 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AI 모델을 실제 제품에 붙이는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는 인프라 설계,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의료·금융처럼 규제가 강한 산업의 소프트웨어 경험, 연구 데이터를 제품화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설명력이 있다.
AI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기업들이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려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AI를 조직 안에서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쓰게 만드는 역할은 늘고 있다. 모델 성능 평가, 데이터 품질 관리, 개인정보 보호, 규제 대응, 기존 업무 시스템과 AI 도구를 연결하는 제품·엔지니어링 역량은 보스턴권의 헬스케어, 바이오테크, 클라우드 기업에서 계속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는 부담이 더 직접적이다. 초기 기업은 runway, 즉 현재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계산하며 채용한다. 10만 달러 수준의 잠재 비용이나 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면, 같은 실력의 후보자라도 비자 절차가 단순한 후보를 선호하거나 해외 원격 인력, 계약직, 후속 채용으로 결정을 미룰 수 있다. 보스턴의 창업 관심자나 초기 스타트업 지원자는 회사의 기술 비전뿐 아니라 현금 보유, 투자 단계, 인사·법무 운영 능력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이 사안을 H-1B 기회가 사라졌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 법원 판단은 관할별로 엇갈릴 수 있고,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H-1B 등록 감소 역시 단순한 수요 위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USCIS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H-1B 총 등록은 FY2024 78만884건에서 FY2025 47만9,953건, FY2026 35만8,737건으로 줄었다. 여기에는 중복 등록을 줄이기 위한 제도 변경, 기업의 채용 조정, 고임금자 우대 방향의 정책 변화가 함께 작용한다.
지금 취업 준비자가 확인할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채용 공고에 sponsorship 가능이라고 적혀 있는지만 보지 말고, 회사가 신규 H-1B 청원을 지원하는지, OPT 이후 전환 경험이 있는지, H-1B 이전 케이스를 얼마나 자주 처리하는지, 해당 직무가 회사의 핵심 제품이나 매출과 얼마나 연결되는지 질문해야 한다. 현직자는 이직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이 매출, 비용 절감, 규제 대응, 제품 출시 속도 중 어디에 기여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제1연방항소법원이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어떻게 다룰지, 다른 지역 소송과 충돌하는 판단이 나올지, 그리고 기업들이 실제 채용 정책을 얼마나 조정할지다. 보스턴의 한인 유학생과 직장인에게 이 뉴스는 법원 소식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취업시장이 기술 역량만이 아니라 비용, 비자, 규제, 사업 기여도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