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남았지만, 테크 채용은 더 선별적으로 변했다
미국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테크 업계에서는 감원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보스턴권 한인 직장인과 유학생에게는 근무 장소보다 어떤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WFH Research의 2026년 6월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6년 5월 미국 유급 근무일 중 재택근무일 비중은 약 25%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흐름을 전하며 5월 기준 재택근무 비중을 26%로 제시했다. 팬데믹 이전 약 7%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대기업의 강한 사무실 복귀 방침에도 미국 노동시장 전체에서는 유연근무가 상당 부분 고착된 셈이다. WFH Research는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정규직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62%가 완전 출근, 26%가 하이브리드, 12%가 완전 원격이었다고 집계했다.
반면 테크 채용 쪽 분위기는 더 조심스럽다.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6월 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2026년 5월 한 달간 9만7,006건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테크 업종 감원은 3만8,242건으로 업종별 최대였고, 2026년 1~5월 누적 테크 감원은 12만3,65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3개월 연속 감원 사유 1위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ndeed 자료를 인용해 2026년 5월 말 기준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공고가 2022년 정점 대비 약 70% 줄었다고 전했다.
이 두 흐름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방향의 조정이다. 회사들은 사무실 출근을 늘려 협업과 교육, 성과 관리를 강화하고 싶어 한다. 동시에 인재 확보, 사무실 비용, 직원 만족도, 지역별 임금 경쟁 때문에 재택근무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다. 대신 테크 인력에 대해서는 단순히 AI 도구를 쓸 줄 아는 수준을 넘어,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제품 품질, 보안, 비용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더 선별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보스턴권에서는 이 변화가 특히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케임브리지, 시포트, 128번 도로 주변의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 헬스케어 IT, 로보틱스 기업들은 실험실, 병원, 고객 현장, 연구기관과의 물리적 거리가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전 원격 일자리만 늘어나는 구조라기보다, 주 몇 차례 출근하며 연구·제품·고객팀과 맞물려 일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보스턴의 유학생이나 초기 커리어 지원자라면 원격 공고만 넓게 찾는 전략보다, 지역 네트워크와 현장 협업 경험을 함께 쌓는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직군의 변화도 단순히 코딩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식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AI 코딩 도구가 반복적인 코드 작성 속도를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테스트 설계, 코드 리뷰, 보안 취약점 점검, 시스템 통합, 데이터 파이프라인 관리, 제품 요구사항 해석의 중요성이 커진다. 특히 초급 개발자는 포트폴리오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어떤 오류를 찾았고, 어떤 기준으로 수정했으며, 실제 사용자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AI가 생성한 결과를 검토하고 현업 문맥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이 채용 과정에서 더 중요한 설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현직자에게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단순 복지 항목이 아니라 성과 관리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회사가 출근을 요구하는 이유가 신입 교육인지, 고객 대응인지, 보안·컴플라이언스인지, 팀 협업인지에 따라 대응 방식은 달라진다. 이직을 검토할 때는 연봉과 직함뿐 아니라 출근 일수, 팀의 분산 근무 경험, 매니저의 원격 협업 방식, 승진 평가에서 사무실 가시성이 얼마나 작동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같은 연봉이라도 보스턴권 통근 시간, 주거비, 가족 돌봄, 근무지 조건을 감안하면 체감 조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한 독자에게는 근무지 표기가 더 민감한 실무 항목이 된다. H-1B, OPT, STEM OPT는 개인 상황과 고용 형태에 따라 확인해야 할 내용이 다르다. 원격근무를 하는 주, 회사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근무지, 임금 기준, 현장 출근 요구가 서로 맞는지는 HR이나 이민 전문가와 사전에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는 개별 케이스에 대한 법률 판단이 아니라, 원격·하이브리드 채용이 일상화된 뒤 더 자주 확인해야 하는 기본 체크포인트에 가깝다.
창업 관심자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스타트업은 하이브리드와 원격근무를 통해 더 넓은 인재풀에 접근할 수 있지만, 초기 직원 온보딩과 제품 품질 관리를 느슨하게 두면 비용이 나중에 커질 수 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작은 팀이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지만, 고객 데이터 보호, 모델 사용 비용, 결과물 검증 체계가 없으면 생산성 향상이 운영 리스크로 바뀔 수 있다. 특히 보스턴처럼 헬스케어, 바이오, 로보틱스, 교육기술이 맞물린 지역에서는 기술 구현력과 규제·고객 문맥을 함께 이해하는 인력이 더 중요해진다.
당장 바뀌는 것은 재택근무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유연근무가 유지되되, 회사가 그 조건을 더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변수는 테크 기업들이 AI 투자와 인력 구조조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다. 보스턴 한인 직장인과 유학생에게 필요한 준비는 특정 근무 형태에만 기대는 전략보다,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성과를 설명하고 AI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쌓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