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PERM 임금 기준 상향 논의, 보스턴 취업비자 시장의 비용 계산이 달라진다
미 노동부의 H-1B·H-1B1·E-3 및 PERM 임금 산정 규정 개편안이 공개 의견 접수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아직 최종 규정은 아니지만, 제안대로 확정되면 고용주가 취업비자와 취업영주권 스폰서십을 진행할 때 맞춰야 하는 기준 임금이 올라가게 된다. 보스턴권 한인 유학생과 직장인에게는 단순한 이민 행정 뉴스가 아니라, 채용 문턱과 장기 커리어 계획의 비용 변수가 커지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핵심은 prevailing wage, 즉 해당 직무와 근무 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지급된다고 보는 기준 임금이다. 미국 고용주는 H-1B 등 노동조건신청서 또는 PERM 노동인증을 진행할 때 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노동부가 2026년 3월 27일 연방관보에 공고한 제안은 기존 4단계 임금 구조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Level I은 기존 임금분포 17번째 백분위에서 34번째 백분위로, Level II는 34번째에서 52번째로, Level III는 50번째에서 70번째로, Level IV는 67번째에서 88번째 백분위로 올라간다.
공개 의견 접수는 2026년 5월 26일 종료됐다. FederalRegister.gov 표시 기준으로 5월 30일 낮 현재 1,314건의 의견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2024회계연도에 H-1B 노동조건신청 50만2,374건을 인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실제 비자 발급 건수나 고유 근로자 수와 같지는 않지만, 고용주들이 이 제도를 얼마나 넓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같은 기간 PERM 신청의 약 57.6%는 이미 H-1B 신분으로 일하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제시됐다. H-1B에서 취업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작지 않다는 뜻이다.
노동부는 이번 조정이 미국 내 유사 직무 근로자의 임금과 더 맞는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제안서에는 임금 수준 조정으로 평균 인증 임금이 연간 약 1만4,000달러 높아질 수 있고, 고용주에서 근로자 등으로 이전되는 임금 효과가 연간 최대 65억6,0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담겼다. 반대로 기업과 대학, 병원, 연구기관 쪽에서는 동일한 백분위 조정을 폭넓게 적용하면 실제 경험 수준, 직무 특성, 연구 예산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갈린다. 노동정책 연구기관인 Economic Policy Institute는 현행 기준이 낮아 외국인 근로자를 낮은 비용으로 활용할 유인이 생긴다는 취지에서 개편 방향을 대체로 지지했다. 반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직무·산업·경험 수준별 차이를 하나의 통계 기준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고, 기본급 외 보너스나 주식 보상 같은 실제 보상 구조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인사단체 CUPA-HR은 15개 단체와 함께 대학·연구기관에 예외를 두거나 최소 2년의 유예기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스턴권에서는 이 지점이 특히 중요하다. MIT, 하버드, 노스이스턴, 보스턴대 같은 대학뿐 아니라 주요 병원, 연구소, 켄들스퀘어 주변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연구직, 데이터 과학, 임상 연구, 소프트웨어, 생명과학 직무에서 해외 인재 풀과 연결돼 있다. 대기업은 일부 비용 증가를 흡수할 여지가 있지만, grant 예산에 묶인 연구실,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 현금 보유 기간이 짧은 창업팀은 채용 결정을 더 신중하게 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runway는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 회사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뜻하는데, 임금 하한선과 스폰서십 비용이 함께 커지면 한 명을 채용하는 결정의 무게가 달라진다.
유학생과 졸업 예정자에게 이번 제안이 OPT나 STEM OPT 자체를 바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OPT 이후 H-1B, 장기적으로 PERM까지 고려하는 진로라면 회사가 스폰서십을 실제로 얼마나 운영해 왔는지, 해당 직무의 임금 밴드가 새 기준에서도 현실적인지, 근무지가 어느 지역으로 설정되는지 더 일찍 확인할 필요가 커진다. 특히 엔트리 레벨 또는 주니어 직무는 Level I 기준 상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스폰서십을 진행하더라도 더 명확한 업무 필요성, 빠른 현장 투입 가능성, 직무와 전공의 연결성을 더 꼼꼼히 볼 가능성이 있다.
현직 H-1B 근로자나 이직 준비자도 최종 규정의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승인된 신분이 곧바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직, 직무 변경, 근무지 변경, 연장, PERM 신규 진행처럼 새 신청서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최종 시행일과 적용 범위가 중요해질 수 있다. 개인별 체류 신분과 고용 조건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학교 국제학생 오피스, 회사 이민 담당자, 이민 변호사와 확인해야 할 영역이다.
실무적으로는 스폰서해 주는 회사인지만 묻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해당 회사가 과거 H-1B와 PERM을 꾸준히 진행했는지, 직무 설명이 실제 업무와 맞는지, 임금 밴드가 보스턴권 기준과 어긋나지 않는지, 영주권 절차를 언제 검토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직이라면 AI 도구 사용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 인프라, 바이오·임상 데이터, 로보틱스 운영, 규제 산업의 품질관리처럼 회사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확보하려는 전문성이 더 설득력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번 제안은 취업비자 경로가 닫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고용주가 해외 인재를 채용하고 장기 고용으로 연결할 때 계산해야 하는 비용과 행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봐야 할 변수는 노동부의 최종 규정 내용, 시행 시점, 대학·연구기관 예외 또는 유예 여부, 그리고 소송 가능성이다. 보스턴 한인 유학생과 직장인에게는 채용시장뿐 아니라 비자 스폰서십의 경제성이 커리어 선택에서 더 뚜렷한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