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 H-1B·PERM 기준임금 상향 추진…보스턴 유학생·스타트업은 스폰서십 비용 구조를 더 따져봐야
미 노동부가 H-1B와 PERM(취업이민 노동인증) 등에 적용되는 기준임금 산정 방식을 높이는 방향의 규정안을 내놨다. 이미 FY2027 H-1B 시즌부터는 임금 수준이 높은 포지션이 더 유리한 가중 추첨 체계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규정안은 미국 취업비자 시장에서 ‘스폰서 의사’만이 아니라 ‘어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노동부는 3월 26일(현지시간) 관련 규정안을 발표했고, 연방관보에는 3월 27일자로 게재됐다. 의견 수렴은 5월 26일까지 진행된다. 규정안의 핵심은 H-1B, H-1B1, E-3, PERM에 공통으로 쓰이는 prevailing wage, 즉 해당 지역·직무의 통상 임금 기준을 더 높은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연방관보에 따르면 현행 4단계 임금 체계는 2005년부터 대체로 17·34·50·67퍼센타일을 기준으로 운영돼 왔는데, 이번 제안은 Level I을 34퍼센타일, Level IV를 88퍼센타일로 높이는 방향을 담고 있다. 노동부는 현행 방식이 직무의 전문성, 교육 수준, 경험과 감독 정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외국인력 채용 시 임금 기준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왔다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제시한 배경 수치도 눈에 띈다. 연방관보에 따르면 FY2024 기준 인증된 LCA의 63%가 Level I 또는 Level II에 집중돼 있었다. 또 FY2024 PERM 신청의 58% 이상은 이미 H-1B 신분으로 일하고 있는 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노동부는 이런 구조가 전문직 비자와 취업이민 제도의 취지에 비해 낮은 임금 구간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고 보고, 통계 기반 임금 구간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변화는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H-1B 선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FY2027 H-1B 등록부터는 기존의 무작위 추첨 대신, 제시 임금이 높은 포지션일수록 더 많은 추첨 기회를 갖는 구조가 적용되고 있다. 로이터는 Level IV 임금 포지션의 예상 선발 확률이 약 61%, Level I은 약 15% 수준으로 제시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노동부 규정안까지 최종 확정되면, 기업은 단순히 비자 스폰서십을 해주겠다고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 더 높은 연봉 예산과 더 정교한 포지션 설계를 함께 준비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스턴 독자에게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 산업 구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빅테크 본사가 밀집한 도시라기보다 대학, 병원, 바이오, 로보틱스, 클라우드, 핀테크, 딥테크 스타트업이 촘촘하게 섞여 있는 시장에 가깝다. 전문 인력 수요는 꾸준하지만, 같은 소프트웨어·데이터·엔지니어링 직무라도 병원 시스템, 연구기관, 바이오테크 기업, 대형 기술기업, 초기 스타트업의 급여 테이블과 비자 스폰서 여력은 크게 다르다. 따라서 기준임금이 올라가면 이 차이가 채용 가능성과 스폰서십 지속 여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사실과 함께 기사 해석이 섞인다. 보스턴처럼 고학력·고숙련 인력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원래 시장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바이오, 메드테크, 로보틱스,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가 제도 변화의 충격을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초기 연봉이 낮게 책정되는 엔트리 레벨 채용이나 자금 여력이 제한된 초기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즉 모든 업종이 같은 강도로 영향을 받는 구조는 아닐 수 있다.
유학생에게는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첫째, 미국 안에서 F-1에서 H-1B로 신분을 바꾸는 일반적인 경로는 해외에서 신규 채용해 영사 절차를 밟는 경우보다 기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로이터도 새 제도 아래에서 미국 내 신분변경 케이스가 해외 신규 채용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둘째, 그렇다고 모든 유학생에게 자동으로 유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임금 기준이 올라가면 엔트리 레벨 포지션 자체가 새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 스폰서십이 가능한 회사라도 초반 채용 문턱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취업 준비 단계에서는 채용 공고 수만 볼 것이 아니라 급여 밴드, 직무 레벨, 근무지, 스폰서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현직 직장인에게도 신호는 분명하다. 비자 스폰서십이 가능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차이가 더 뚜렷해질 수 있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단순 실행형 역할보다 회사가 높은 보상과 행정 비용을 감수할 이유를 설명하기 쉬운 역할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는 제품 구현, 고객 맞춤형 도입, 데이터 인프라, 보안, 규제 대응, 연구개발과 현장 운영을 연결하는 직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 해석이지만, AI 도입이 빨라지는 환경일수록 반복 업무 자체보다 복잡한 시스템을 실제 비즈니스에 붙이는 역할의 설명력이 커지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스타트업과 창업 관심자에게는 비용 구조를 더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기준임금이 높아지면 스폰서십 인재 채용은 급여와 행정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특히 학위는 높지만 경력이 짧은 초기 커리어 인재를 채용하는 모델은 오퍼 단계부터 임금 기준 충족 여부를 따져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자나 경영진이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는 포인트도 단순한 기술력만이 아니라, 핵심 인재를 어느 지역에서 어떤 비용 구조로 확보할 수 있는지일 수 있다. 이 역시 공적 자료의 직접 인용이라기보다 이번 정책 방향을 바탕으로 한 해석에 가깝다.
당장 바뀌는 것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번 조치는 제안 단계이고, 최종 확정까지는 의견 수렴과 세부 조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방향성 자체는 비교적 분명하다. 미국의 취업비자 제도는 단순한 인력 충원 통로보다는 더 높은 임금, 더 선명한 전문성, 더 큰 예산 여력을 전제로 한 선별적 채용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보스턴의 한인 유학생과 직장인, 그리고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중요한 것은 낙관이나 비관보다 자신이 지원하거나 운영하는 포지션이 이 새로운 비용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지 현실적으로 따져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