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에 쓴 방어 전략’이 증거로? 공개형 생성형 AI 대화가 ‘비밀’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
미 연방법원이 ‘소비자용 공개형’ 생성형 AI에 입력·생성된 자료가 변호사-의뢰인 비밀(Attorney-Client Privilege)이나 소송 대비 문서 보호(Work Product)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판단이 나오면서, 보스턴 지역 스타트업·유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실무적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사추세츠 로이어스 위클리는 2026년 3월 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뉴욕 남부연방법원(S.D.N.Y.) Jed S. Rakoff 판사가 형사 사건(United States v. Heppner)에서 피고가 공개형 생성형 AI(Anthropic의 Claude)를 활용해 만든 ‘방어 전략 관련 문서’에 대해 특권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정부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시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에서 재판부는 2026년 2월 10일 법정에서 구두로 판단을 먼저 내렸고, 2월 17일 그 판단을 문서(의견서)로 정리해 남겼다. 언론 보도는 그 이후인 3월 3일에 나왔다.
이번 판단이 곧바로 “AI 대화는 원칙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일반 규칙을 확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 전제는 비교적 명확하다.
- 피고가 사용한 것은 기업 내부 통제나 별도 계약으로 기밀 조항을 두는 ‘관리형(엔터프라이즈)’ 환경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쓰는 공개형 도구였다는 점
- 문서 작성 과정이 변호사의 지시·개입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후 변호사에게 공유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취지)
재판부 논리의 뼈대는 ‘요건 불충족’이다. 변호사-의뢰인 비밀은 통상 (1) 의뢰인이 (2) 변호사(또는 변호사의 업무 수행을 돕는 대리인)에게 (3) 법률 자문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4) 비밀로 커뮤니케이션한 내용이어야 보호될 여지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AI 모델이 변호사나 변호사 대리인으로 보기 어렵고, 공개형 플랫폼의 정책 구조상 제3자 서비스에 입력·출력 내용이 남을 수 있어 ‘기밀성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약하다고 본 흐름이 강조됐다.
워크 프로덕트(소송 대비 문서) 역시 대개 ‘소송을 염두에 둔 변호사의 준비(counsel’s preparation)’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AI 문서들은 변호사 지시 없이 피고가 독자적으로 작성했고, 그 뒤 변호사에게 전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변호사 주도 하의 준비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이 정리됐다.
보스턴권 테크·비즈 현장에서 이 이슈가 민감한 이유는 간단하다. 생성형 AI가 업무 보조 도구로 깊이 들어온 상태에서, 팀원·창업자·개인이 무심코 입력한 사실관계나 전략 문장이 향후 분쟁·조사·소송에서 발견(discovery) 또는 증거 다툼의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이민(OPT/H-1B), 투자·지분, 계약·IP, 내부 감사처럼 ‘문장 하나’가 리스크를 키우는 영역에서는, AI 사용 습관이 데이터 리스크로 전환되기 쉽다.
보스턴 현장에 바로 대입되는 사례
유학생·주니어 커리어(이민·고용) OPT 기간 중 이직을 준비하면서 AI에 “이전 고용주의 JD와 실제 수행업무가 달랐다” 같은 민감한 설명을 넣고 이력서·커버레터·진술서 초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후 회사 HR, 이민 변호사, 리크루터 등과 문서가 돌면서 ‘어떤 문장이 어디서 시작됐는지’가 추적되는 국면이 생길 수 있다. 이때 AI 프롬프트·초안이 저장·공유되는 경로가 섞이면 불필요한 해석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계약·투자·분쟁 대비) 투자자와의 견해 차이를 염두에 두고 AI에 캡테이블, SAFE 조건, 미공개 KPI, 내부 메모를 그대로 붙여 넣어 “상대방 주장 반박 논리”를 만들면, 그 기록이 남는 순간부터 ‘제3자에게 제공된 자료’로 평가될 소지가 커진다. 실제 적용은 사건 사실관계·관할·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원문 데이터를 어디에 넣었는지가 먼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무 포인트는 ‘AI를 쓰지 말라’가 아니다. 공개형(개인 계정) 도구에 민감 정보를 넣는 방식이, 나중에 비용과 설명 책임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특히 소비자용 도구는 조직의 문서보안·보존정책(retention)과 엇박이 나기 쉽고,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지(또는 가능했는지) 사후에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바로 점검할 실행 항목(단계별) ※ 아래 내용은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니다(not legal advice).
Step 1. ‘입력 금지’ 데이터부터 정한다
- 개인식별정보(여권·I-94·주소), 고객·환자 정보, 미공개 재무·KPI, 법적 전략, 소스코드/비공개 IP는 기본적으로 공개형 AI 입력 금지 리스트로 분류한다.
Step 2. 도구를 등급으로 나눈다
- 개인 계정(소비자용)과 회사 승인 도구(엔터프라이즈·관리형)를 분리한다.
- 민감 업무는 승인 도구로만 처리하고, 계정 혼용을 줄인다.
Step 3. 최소 입력 원칙을 적용한다
- 꼭 필요한 문장만 요약해 넣고, 원문·첨부·식별정보는 제거한다.
- 예: “A사와의 계약 원문” 대신 “고객 계약(익명) 핵심 조항 요약” 형태로 변환한다.
Step 4. 초안의 ‘이동 경로’를 통제한다
- AI로 만든 초안을 곧바로 최종 저장소에 올리지 않는다.
- 팀 공유 전에 내부 검토를 거쳐 ‘정리된 형태’만 남기고, 프롬프트/로그가 어디에 남는지까지 포함해 동선을 단순화한다.
Step 5. 법무·이민 변호사가 필요한 문서는 역할을 먼저 정리한다
- 변호사 조언이 필요한 문서는 AI가 아니라 변호사 지시·검토 프로세스를 먼저 세운다.
- AI는 표현 다듬기, 요약, 공개 가능한 자료의 문장 정리처럼 저위험 작업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번 판단은 ‘AI 대화는 언제나 보호받지 못한다’는 단정이라기보다, 공개형 도구에 민감한 사실관계·전략을 넣는 관행이 법적·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보스턴권 테크 기업과 유학생 커뮤니티 모두, AI 활용 속도 자체를 늦추기보다 “어떤 데이터를 어디까지 넣을지”를 먼저 표준화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