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AI 공공지분 법안, 보스턴 스타트업에는 정책 리스크 신호
미국 상원에서 대형 인공지능 기업의 지분 50%를 공공 펀드로 이전하도록 하는 법안 초안이 공개됐다. 당장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AI 산업이 기술 경쟁을 넘어 세금, 노동, 데이터, 공공 인프라 정책의 중심 의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안한 ‘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 초안은 연간 AI 관련 매출 또는 총수입이 2억 달러를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법안 구조는 해당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해 재무부가 최종적으로 지분 50%를 보유하도록 하고, 이 지분을 ‘AI 소버린 웰스 펀드’에 넣는 방식이다. 소버린 웰스 펀드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으로, 이번 법안에서는 미국인 직접 지급과 의료, 교육, 주거 등 공공 목적에 활용하는 구상이 담겼다. AP는 샌더스 측 추산으로 이 펀드 규모가 약 7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적용 범위가 단순히 생성형 AI 모델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안은 AI 서비스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AI 컴퓨팅 인프라, 고도 로보틱스까지 포함한다. 다시 말해 OpenAI나 Anthropic 같은 모델 기업만이 아니라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로봇, AI 인프라 전반을 정책 대상으로 보는 접근이다. Axios는 이처럼 범위가 넓을 경우 실제 적용 과정에서 기업 분리, 기존 주주 지분 희석, 헌법 및 입법 절차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보스턴권 독자에게 이 뉴스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는 MIT와 하버드를 중심으로 AI 연구 기반이 두껍고, Kendall Square 주변에는 바이오테크, 헬스케어 AI, 로보틱스, 클라우드·데이터 인프라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현재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 대부분은 연간 AI 매출 2억 달러 기준에 바로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투자자와 창업자 입장에서는 AI 사업이 일정 규모를 넘는 순간 공공 지분, 기업 구조, 추가 과세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기업가치 평가와 엑싯 전략, 장기 채용 계획에 반영될 수 있다.
특히 AI 스타트업에서 주식 보상은 인재 영입의 중요한 수단이다. 법안 초안에는 적용 대상 기업이 새 지분을 발행할 경우, 직원 보상이나 서비스 제공자 보상으로 지급되는 스톡옵션·RSU 등도 추가 과세 계산에 포함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다. 아직 제안 단계이고 최종 문구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런 논의가 커지면 현금 연봉보다 지분 보상 비중이 큰 회사의 총보상 구조를 읽는 일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현직자와 이직 준비자는 회사가 제시하는 패키지를 볼 때 현금 보상, 지분 보상, 회사의 자금 여력, 정책 리스크를 분리해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유학생과 OPT, H-1B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비자 규정이 곧바로 바뀌는 뉴스는 아니다. 다만 AI 기업들이 정부 규제, 데이터 출처, 보안, 공공조달, 노동 영향 평가를 더 많이 신경 쓰게 되면 채용에서 요구하는 역량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AI 도구를 써본 경험보다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는 능력, 모델 성능과 위험을 평가하는 능력, 의료·금융·공공 분야의 규제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비자 스폰서십이 필요한 지원자는 회사의 성장성뿐 아니라 실제 고객 매출, 자금 여력, 과거 스폰서십 이력, 법무·인사 체계도 함께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창업 관심자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AI 제품을 만들 때 이제는 좋은 데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데이터 권리, 클라우드 비용, 보안 인증, 고객 산업의 규제, 정부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계획을 더 자주 물을 수 있다. 보스턴처럼 바이오·헬스케어·로보틱스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모델 성능만큼이나 임상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현장 검증, 책임 소재를 설명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당장 독자가 확인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이 법안이 실제 상임위 논의와 공동 발의 확대로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 둘째, ‘AI 매출 2억 달러’와 ‘AI 관련 사업’의 정의가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좁혀지거나 넓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셋째, 대형 AI 기업과 VC 시장이 보상, 지분 구조,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법안은 현 시점에서 제안 단계에 가깝고, 그대로 시행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AI가 민간 기술 상품을 넘어 공공 인프라, 노동시장,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흐름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보스턴의 한인 직장인과 유학생에게 필요한 대응은 과도한 불안이 아니라, AI 기술 역량에 정책·보안·데이터 거버넌스 감각을 함께 붙이는 것이다. 앞으로의 AI 채용시장은 모델을 잘 쓰는 사람뿐 아니라, 그 모델이 실제 조직과 규제 환경 안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사람을 더 찾게 될 가능성이 있다.